어차피 가공한 것은 '뽀록' 난다

'있어 보이는' 와인바'럭쪄(셔)리' 한 조명에 어울리게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최대한 '있어보이게끔' 질문을 아니, 나의 가증스런 매너를 날렸다.

"혹시...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신가요?""아뇨, 전 바디감이 좀 있는 걸 좋아하는데…….그냥, 알아서 시키시면 될 거 같은데……."앞이 캄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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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내입으로 "와인... 마시로... 가실래요?" 라고 해서 거기 간 것은 …….

'웁스... ㅈ됐다. 이거 완전 뽀록나겠어!' 싶었다.

처음 만남임에도 커피숍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즐겁고 편했던 그녀가 맘에 들었기 용기 내어 제안한 와인바. 나의 스타일을 포도주의 고급스러움으로 취하게 하고 싶었던 내 과욕이 스스로 원망스러웠다. 자칫하다간 산통 다깨지는거다 싶었다.

"아…네……."와인리스트를 이래저래 앞뒤로 뒤적거려도 도통 뭔 말인지 알 수 가 없었다.

그 러면서 내심 상대편이 얼마나 와인을 잘 아는지.. '바디감'이라고 했는데 어디서 주워들은 말은 아닐까. 정말 애호가일까. 나는 싼 거든 비싼 거든 구별이 안 가는데..., 이거 어쩌지... 체면상 저렴한 거 시키기에도 뭣하고... 저렴한 거 시켰다가 스타일 구겨지는 상황 발생할 수 도 있는데…….

도무지 알 수없는 와인리스트는 마치 고딩 시험문제지로 잘못 전달 받은 초딩 마냥 당혹스러웠다. 결국은 가격 기준으로 적당한 걸로 대충 선택, 소믈리에를 불렀다. 미끈느끼하기 그지없는 와인 명을 생소함과 어색함으로 격리된 것 같은 둘만의 공기 속에 음성으로 주문했다간 혹, '삑사리'라도 날까 지레 겁을 먹고는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걸로 주세요! 라고 하고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 이야긴 내가 와인을 처음 입에 대기 시작한 몇 년 전의 일이다.

기억하기로 당시 나는 꽤나 당황 하여 새빨간 그 액체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횡설수설 했고. 그 날 처음 함께 했던 그녀와의 끔찍한 그 시간이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 정도 와인이 자연스러워진 지금에 생각을 하면 그때 그 상대편 여성도 잘 모르긴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랑하고 싶을 때 느끼는 감정.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느끼는 '설렘' 그 새롭고 신선한 가슴 떨림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심리상태 중 가장 기쁘고 삶의 에너지가 되는 '오아시스'다.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생소하고 새로운 흥분은 자칫 스스로의 모습까지 보통 때와는 사뭇 다르고 새롭게 포장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경우가 나처럼 많은 것 같다.

꾸며진 모습으로 처음이 이틀로, 이틀이 사흘로, 사흘이 나흘로 연장이 될지라도 모든 것은 '뽀록'나게 되어있는 데 말이다.

한 번의 가공된 이미지는 연쇄적인 이미지 쇄신이 필요한 것이니, 처음에 솔직한 것이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러브라인을 유지 하는 평범한 비결이 아닐까 싶다.

새빨간 '와인'이든 뜨거운'사케'든 '사랑'보다 붉고 격정적인 것은 없으니…….

Hot & Fun 이장석의 연애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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