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 아니에르노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현실은 단 한 줄도 쓰지 않겠다는 작가, ‘아니에르노(Annie Ernaux)’를 알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행운이었다는 생각 든다.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같은 것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게 사치가 아닐까.”라는 인상적인 구절로 끝이 나는 이 책.
‘아니에르노’ 그녀의 “단순한 열정(passion simple)”은 33세 연하의 외국인 남자와의 뜨거운 연애(정확히 말하면 불륜이다!)를 소재로 아주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관계의 은밀을 여과 없이 농밀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랑’이라는 것을 하는 순간부터 달라지는 일상에서 느끼는 고뇌와 초조함, 그리고 행복, 불안에 대한 묘사는 한번쯤 사랑을 해보았거나, 하고 있는 대다수 누구가가 공감하는 것들로 가득차있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도 사랑이라는 불빛이 on, off되어지는 전깃불이 같은 것이 아닌, 마치 다 타버린 숯처럼 얼핏 꺼진 것 같아도, 남아 있는 애욕의 불씨가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예상하지 못한 바람 앞에 잠시라도 안타깝게 연상되어 순식간에 발화했다 이내 꺼져버리는 고통스런 감정을 느껴 본 적 있는 있다거나 현재 그러고 있다면,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로 위로 해주는 책이다.


단순한 열정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아니 에르노 (문학동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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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얇은 분량이기 뿐만이 아니라, 일기체로 되어있는 아니에르노의 묘사력에 쉽게 몰입되어, 누군가가 옆에서 음성으로 읽어주더라도 과거 프랑스 어느 곳에서 일어난 불꽃같던 사랑의 온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둘은 사드 보다 외설스럽다_ 롤랑바르트’의 한 문장만 씌어진 첫 장에서 느껴지는 은밀함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이 책의 퇴폐스러움은 처음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지만, 점점 그녀의 사랑이야기에 빠질수록 자연스러우며 아름다우며 공감과 ‘포옹’을 하게 한다.
마치 보편적이지 못한 타인의 사랑에는 의심을 하다가도 정작 자신의 사랑에는 당위와 어쩔 수 없음을 부여 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설레고, 사랑하고, 섹스하고, 이별하는 그 열정의 파도 앞에 때로 부서지고, 강해진다.
이 책은 뜨겁지 않게, 마치 섹스를 한 후 다르게 느껴지는 공간의 온기 같다.
설레이고, 사랑하고, 섹스 하고, 갈망하는 순간보다, 존재를 느낀 적이 있던가.
이 책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책 그리고, 공간이었다.


 




C 고마워.

Carla Bruni - 07 If You Were Coming In The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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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댓글  수정/삭제 얌전한고양이
    2008.12.08 16:40 신고

    타인과 함께 목소리를 공유하며 온기를 느낄 수 있을만큼의 책이라니..
    꼭 한번 읽어봐야...아니..
    꼭 한번 책 읽어 주는 여자....가 되어 보고 싶네요..

  •  댓글  수정/삭제 Favicon of http://myungee.com BlogIcon 명이
    2008.12.10 16:31 신고

    저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팍 드는군요!
    하지만, 저 요새 책을 욕심내서 주문만 하고 책으로 블록쌓기를 하는중이라...ㅠ_ㅠ

    잘 지내시죠 러브님????
    간만에 RSS를 타고 순회중입니다. 제가 요새 살짝 정신줄을 놓고 지내거든요...
    회사에 일이 산더미라...ㅠ_ㅠ
    오늘, 즐거운 하루 되시라고 행福을 살짝 놓고 갑니다요~!!

러브_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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